새벽 영안실의 마지막 소원
서울대학교병원 지하 2층 영안실, 새벽 4시 30분. 고요한 어둠 속에서 한지우는 죽은 자들의 마지막 소원을 듣는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그녀는 이승을 떠난 영혼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지 못한 말, 용서를 구하거나 용서하고 싶다는 마음, 미완성된 약속들이 그녀의 마음을 울린다. 평범해 보이는 영안실 관리원이지만, 지우는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랑을 이어주는 특별한 존재다. 그녀의 동료 민성은 지우의 비밀을 알고 있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며, 함께 이 신성한 임무를 수행해나간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일흔다섯 살 김봉수 할아버지는 며느리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한다. 자살로 보이는 스물세 살 박소영은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 목숨을 걸었지만, 사랑하는 연인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떠났다. 병원 주차장에서는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난다. 시아버지와 다툰 채 이별한 며느리 수정, 연인을 잃고 자책하는 정호, 딸을 떠나보낸 어머니 미경. 그들은 모두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지우를 통해 전해지는 마지막 소원들이 그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간다.
운명처럼 얽힌 인연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30년 전 미경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 바로 김봉수 할아버지였고, 소영은 그 사실도 모른 채 같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정호는 비밀리에 소영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고 있었지만, 소영은 그 진심을 알지 못했다. 지우와 민성은 각자의 특별한 능력으로 이 모든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죽음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살아있는 이들의 진심이 만나면서, 오해와 상처로 얽힌 관계들이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한다.
해가 떠오르는 새벽 8시, 주차장에서 만난 네 사람은 더 이상 낯선 이들이 아니다. 시아버지의 마지막 사랑을 전해받은 수정, 연인의 진실한 마음을 알게 된 정호, 딸의 희생을 이해하게 된 미경.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새로운 가족 같은 유대를 형성한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의 시작임을 깨달으며, 각자의 삶에서 용서와 화해를 실천해나가기로 다짐한다. 지우는 다시 영안실로 돌아가 다음 소원을 기다리며, 죽음과 삶 사이에서 사랑을 전하는 자신의 사명을 이어간다. 고요한 새벽이 품은 따뜻한 기적은 오늘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