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시의 졸업식이 끝나지 않는 운동장
2023년 가을, 청년주택에 입주한 최다정은 매일 오후 세 시마다 들려오는 신비로운 졸업가 선율에 잠을 설친다. 소리의 출처를 찾아 나선 그녀는 폐교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간이 정지된 듯 반복되는 졸업식을 목격한다. 1987년 학교 폐교와 함께 실종된 아이 하늘과 그의 상상 속 친구 시간이 36년째 홀로 치르고 있는 끝나지 않는 이별의 의식. 최서아 작가는 성장과 이별,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시선으로 그려내며, 인생의 매 순간이 하나의 졸업식임을 깨닫게 한다.
폐교된 운동장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이별과 새출발이 쌓인 감정의 저장소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가 겹쳐지는 시공간의 경계다. 녹슨 철봉과 금이 간 시멘트 바닥 사이로 자라는 잡초들 사이에서 벚꽃잎이 계절과 상관없이 흩날리고, 보이지 않는 단상에서는 영원한 축사가 이어진다. 청년주택에 사는 준호와 소영, 그리고 다정까지 각자 인생의 전환점에서 무언가로부터 졸업해야 하는 이들이 이 신비로운 현상을 감지하게 되면서, 그들의 삶은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변화를 맞는다.
작가는 하늘과 시간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과 성장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부모의 사고로 홀로 졸업식을 맞은 하늘이 만들어낸 상상의 친구 시간은, 외로움을 달래려던 순수한 마음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자아였다. 36년간 반복된 졸업식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처받은 내면의 은유이자, 동시에 완벽한 이별을 위한 끝없는 연습이었다. 청년주택이라는 현대적 공간과 폐교된 초등학교라는 과거의 공간이 겹쳐지면서, 시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모든 세대의 성장통이 하나로 연결된다.
마침내 다정의 따뜻한 이해와 공감을 통해 하늘은 진정한 졸업을 맞는다. 끝나지 않던 졸업식이 완료되고, 지하의 운동장은 작은 정원으로 변한다. 1년 후 청년주택 옥상에서는 매일 오후 세 시마다 작은 티타임이 열리고, 졸업가는 이제 희망의 선율로 바뀌어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한다. 최서아는 이 소설을 통해 인생의 모든 순간이 졸업식이며, 이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문임을 따뜻하게 전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무언가로부터 졸업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잔잔하고 깊은 위로의 이야기다.